s-oil

s-oil 소식

  • [매거진] [스포츠라이트] 카드보다 똑똑한 동전?
  • 2020.07.01

뒤끝 없는 승복
크리켓과 갈등 조정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정하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야구와 유사한 크리켓이 대표적입니다.
대체 가능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도 뾰족이 해결할 방법이 난망한 경우입니다. 그 순간 이견 없는 선택 수단으로 동전이 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8강 진출을 놓고 동전 하나에 피땀 어린 4년의 훈련시간을 내건 크리켓 사례가 있습니다. 갈등 조정과 결과에 대한 승복의 미덕을 생각해봄 직합니다.

 

크리켓.jpg

 

<그때 그 경기!> 동전 하나에 엇갈린 승패
야구와 비슷해 보이는 크리켓(Cricket)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합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진작에 인기가 높습니다. 아시아권에서도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인기 폭발입니다.
크리켓에는 특이한 경기 규정이 있습니다. 동전이 필요합니다.
스포츠 경기 당일 비가 오면 대개 다른 날로 일정을 순연합니다. 크리켓은 다릅니다. 세계크리켓협회(ICC) 규정에 따라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정합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실제로 이 규정이 적용됐습니다.
쿠웨이트와 몰디브의 크리켓 B조 조별리그가 치러진 날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비로 경기가 지연됩니다. 이때 심판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습니다. 응당 준비했나 봅니다.
쿠웨이트가 앞면을 정하고 몰디브가 뒷면을 택했습니다.
하늘 높이 던져진 동전이 땅에 떨어집니다. 위를 향해 있는 면이 무엇인지, 그 작은 동전에 모두 초집중합니다.
앞면입니다. 쿠웨이트의 승리입니다.
이 동전 던지기 하나로 쿠웨이트는 예선 성적 1승 1패를 기록합니다. 8강 직행입니다.
반면 몰디브는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제대로 경기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수년을 연마한 선수들입니다. 그 아쉬움을 누구도 쉬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깨끗이 인정합니다.

 


<바로 이 장면!> 행운의 동전에 승리를 맡긴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939156

 


<스포츠 잡학사전> 운에 따르는 선택과 결정
동전에 의지하는 스포츠가 또 있습니다. 일견 엉성한 듯 보이는 동전을 마지막 방편 삼는 종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축구의 경우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모두 같을 때 묘책을 꺼내 드는 순간이 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가릅니다.
양궁도 동점 상황에서 승패가 요원할 때 동전을 찾습니다. 슛오프를 반복한 뒤 끝끝내 동전 던지기로 우승자를 정할 수 있습니다.
확률에 중대 결정을 맡기는 뜻밖의 행위는 정치 영역에서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선거에서 심심찮게 활용됩니다.
2014년 페루 시장 선거와 2015년 캐나다의 주의원 선거가 눈에 띕니다. 투표결과 양측은 동점을 기록합니다. 각 선거 규정에 의거해 동전 던지기로 당선자를 배출했습니다.
동전 던지기와 유사한 이색 사례도 있습니다. 태국은 군 입대추첨제를 도입했습니다. 자원 입대자를 받은 뒤 부족한 인원을 제비뽑기로 선발합니다.

 

크리켓2.jpg

 

<조직 속 플레이> 공정성에 대한 합의와 승복
동전 던지기나 제비뽑기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입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서도 당면 과제에 대한 묘안이 없을 때 강구합니다. 운명은 때에 따라 최선의 결과로 길을 안내하기도 합니다.
이런 단순한 방법이 사안의 경중을 넘어 설득력을 지니려면 두 가지 분명한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정답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누군가 극적인 양보를 해야만 끝나는 상황입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답보 상태가 길면 불이익은 확산됩니다.
구성원의 에너지 소모와 시간 손실이 더 큰 손해를 끼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빨리 동전을 꺼내야 합니다.
다른 한 조건은 결과에 대한 깔끔한 승복입니다. 평행선처럼 대치하는 상황일지라도 결론을 위한 합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안이 시급하면 동전 던지기도 고려할 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전 던지기는 승복에 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공히 정한 룰이 결론의 준거로 쓰였다면 갈등은 괜한 일입니다. 승복해야 합니다. 하찮은 구리 동전이라도 금화보다 더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글. 공규택(<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저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