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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거진] [읽고 듣는 오페라] “못 살아! 당신 없이는”
  • 2020.03.11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무얼 하리오’

 

예술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얻습니다.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들이 손꼽은 오페라 아리아 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에우리디체 없이 무얼 하리오’ 감상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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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무얼 하리오’
https://archive.org/details/CheFaroSenzaEuridice


<♪ 오르페오>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
사랑하는 그대 없이 장차 나는 어찌할 것인가?
에우리디체! 오 하느님 대답해주세요! 나는 그대의 충실한 사랑,
이제 내게는 하늘도 땅도 누구 하나 도와줄 이도 희망도 없소.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
사랑하는 그대 없이 이제 나는 어찌할 것인가?
부디 내 목숨과 함께 이 고통을 단호히 끊어다오! 나는 이미 캄캄한 지옥의 동굴로 돌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그대와 나를 갈라놓은 길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리운 내 우상의 그림자여, 기다려다오, 부디 기다려다오!
그대는 이 남편을 떼어놓고 지옥의 강 레테를 떠나지는 않았으리라!


<♪ Orfeo>

Che faro senza Euridice Dove andro senza il mio ben?
Euridice! Euridice! Oh Dio! Rispondi! Io son pure il tuo fedel!
Euridice! Euridice! Ah! non m’avanza Piu soccorso, piu speranza, Ne dal mondo, ne dal ciel!
Che faro senza Euridice?
Dove andro senza il mio ben?
Ah finisca e per sempre Con la vita il dolor! / Del nero Averno Gia sono insu la via!
Lungo cammino non e Quel che divide il mio bene da me.
Si, aspetta, o cara ombra dell' idol mio! Aspetta, aspetta!
No, questa vilta senza losposo tuo Non varcherai l'onde lente di Lete.


작품 속으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오르페오가 아내의 주검 앞에서 오열합니다. 이때 사랑의 신이 솔깃하게 제안합니다. 지하 세계의 왕 플루토의 마음을 음악으로 감동시키면 그의 아내를 살려준다는 것입니다. 단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아내를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오르페오는 모든 과정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영문 모르는 아내가 앞만 보고 가는 남편의 변심을 의심합니다. 이런 아내를 달래려 오르페오는 규칙을 어기고 그녀를 돌아봅니다. 결국 아내의 두 번째 죽음에 맞닥뜨립니다. 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오르페오를 사랑의 신이 가엾게 여깁니다. 아내는 다시 살아나고 부부가 함께 사랑의 신을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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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포인트 ① - 그리스 신화의 비극 뒤엎은 해피엔딩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오는 음악의 신 아폴로의 아들입니다. 리라(현악기의 일종) 연주에 탁월한 오르페오 이야기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그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된 쟈코포 페리의 <에우리디체>(1600년)를 비롯해 발레, 교향시 등 무수한 작품에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서사가 쓰입니다.

그중 글루크가 1762년 작곡한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수작으로 꼽힙니다. 신화 속 결말은 비극이지만 글루크는 해피엔딩을 택했습니다. 당시 대중이 열광하던 오페라 결말에 맞춰 각색했습니다.

3막 1장에 등장하는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리아입니다. 카스트라토, 카운터테너, 여성 알토 등이 오르페오 역을 두루 맡고, 에우리디체, 아모레, 사랑의 신을 모두 소프라노가 노래합니다.
 

 ♬ 잠깐! 아는 만큼 들리는 오페라 상식

 

카스트라토 (Castrato)
변성기 이후 남성 음역이 아닌, 여성의 음역을 내기 위해 거세한 가수다. 여성 소프라노의 음을 낼 수 있다. 최후의 카스트라토는 알렉산드로 모레스키 (Alessandro Moreschi, 1858∼1922)이며, 지병으로 1914년 은퇴했다.

 

카운터테너 (Countertenor)
훈련을 통해 여자 음역인 콘트랄토나 메조소프라노로 노래하는 남자 성악가다. 카스트라토와 다르며 메일소프라노, 메일알토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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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포인트 ② - 오페라 역사를 바꾼 작품

18세기 초 바로크 오페라는 가수의 기교가 화려했습니다. 과장된 표현이 음악성을 가린다는 비판도 컸습니다. 글루크는 “단순한 기법을 써야 한다”며 오페라 개혁을 주도했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제거한 첫 작품이 바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입니다.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는 작품 전체 흐름 중 절망적인 감정이 극에 달하는 부분입니다. 오르페오는 절규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아내가 다시 죽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기악 반주 분위기는 밝은 느낌입니다.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을 염두에 둔 설정입니다. 비통한 노랫말이 부드럽고 따뜻한 기악 반주에 녹아듭니다.

이 아리아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가수의 음역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카운터테너, 바리톤, 여성 알토 혹은 메조소프라노의 노래를 비교해 들어봅니다. 새로운 재미가 있습니다.


 ♬ 잠깐! 아는 만큼 들리는 오페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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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1714~1787, 독일 작곡가)
고전주의 시대 주요 음악가로서 빈 궁정 악장을 지냈다. 청년기에 이탈리아 오페라에 매료된 뒤 이탈리아어로 쓴 오페라 <아르타세르세>를 작곡한다. 이후 그의 오페라는 밀라노, 베네치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화려함을 너머 과한 기교를 걷어내 오페라 개혁자로도 평가받는다. 대표작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등이다.


글 정은주(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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